뱃이랑 숲이 잠깐 먼 우주에 파견임무 나가있는 동안, 혹은 어디 차원미아되어있는 동안 지구가 멸망테크트리를 밟음. 크립토나이트 운석이 충돌해서 지표 아작나고 일부 살아남은 생명체들, 특히 생존력 높은 히어로, 빌런들은 열명중 여덟아홉명 정도의 확률로 돌연변이 전직 달성. 뱃앤숲 공공의 적에서 하필 그때 지구에 뱃과 숲이 없었습니다....정도의 상황? 지표고 지하고 바다고 크립토나이트 파편 좍 깔리고 정신나간 돌연변이들이 돌아다니는 지구에 임무를 마친 뱃과 숲이 귀환.
모종의 이유로 뱃이 먼저 도착하는데 여기서 우주선 같은거면 지구 도착하기 전에 알아차리는게 당연하니까 다른 차원에 있었다 하자. 뱃이 먼저 게이트 타고 넘어오는데 씨발 이게 뭐야. 넘자마자 방사능 수치 좍 올라가고 뱃케이브에 뭔 일이 있었던건지 시체는 안보이는데 바닥에 핏자국 남아있고 모니터가 딱 하나 켜진채로 남아 있는데 거기에 크립토나이트 운석에 대한 기사가 띄워져 있음. 여기 숲스 오면 발 디디는 순간 골로가겠구나 싶어서 뱃은 그 순간에 눈에 보이는 장비 다 끌어다가 게이트를 이용해 역장을 침. 딱 준비 끝나자마자 숲스 넘어오고 뱃은 바로 역장 발동시킴. 숲은 격리상태가 되는데 홀로그램이라 해야하나? 본체는 딴 차원, 이 지구에 덧씌워져있는, 평소에는 간섭할 일 없는 무수한 위상공간들 중 하나에 있고(그냥 거기 있을뿐인 텅 빈 공간들) 그 형태가 이 차원에 영사되어있는 상태. 이때 숲스가 넘어오고 역장 발동하기 직전의 그 짧은 순간 받은 크립토나이트의 영향으로 숲스 잠깐 기절.
뱃은 일단 제일 저항력 큰 수트로 바꿔입고 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하기 시작하고 어쩌면 자기가 지구 최후의 인류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란걸 알게 됨. 숲스의 도움은 못 받음. 온 지구가 크립토나이트 천지라. 숲스를 다른 차원이다 행성으로 보낼 수도 없는 상황. 워낙 임시변통으로 만든 역장이라 어떻게 성공한건지가 더 신기한 지경이고 붕괴상황에서 우연히 맞물린 암반이 지붕을 만든 것 처럼 복잡한 요소들이 서로서로 충돌을 일으키는 바람에 이 상태가 유지되고있다고 짐작. (그야 숲스를 거의 완전히 격리가능한 장비를 순식간에 뚝딱만들어냈다는건 아무리 배트맨이라도... 아차! 미리 준비하던게 있었나?! 대 슈퍼맨 장치 개발중이었던걸까?! 이쪽이 더 신빙성이 있는데?!)
숲스는 게이트 넘자마자 기절했는데 눈떠보니 반 홀로그램 상태가 되어있음. 직육면체로 펼쳐진 역장 안에서는 약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 역장 바깥으로 넘어갈 수는 없고 슈퍼파워도 안 써짐(비행은 가능한데 비행이라기보다는 홀로그램의 상하이동이라는 개념으로) 역장 바깥은 잘 안보임. 뿌옇다거나 일그러져있다는게 아니라 잘 인식이 안됨. 그때 배트맨이 역장 앞을 휙 지나가는데 유일하게 뚜렷하게 보이는 존재이기도 함. 숲스는 반갑게 뱃 부르는데 뱃은 힐끗 보고는 개무시하고 가버림. 숲은 어리둥절.
그리고 뱃이 숲을 대리고 감금피폐물을 찍기 시작한다. 거의 변화가 없는 역장 내부에 유일하게 역장을 오가는건 뱃 뿐이고 일반인 이하의 물리력만 행사할 수 있는 숲으로는 뱃을 억제할 방법이 없고 뭔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이제는 시간의 흐름도 모르겠고 멘탈이 뭉개지고 정신이 멍하고... 뱃은 대화도 거의 안 함. 신체적 접촉도 거의 없음. 거의 없음이라는건 있긴 하다는건데 숲이 뱃 억제해보려고 몇 안되는 역장 내부 물건들(다 배트맨이 넣어놓은것) 이용해 트랩을 놓거나 관절기같은걸 시도할 때.
처음엔 브루스 정신차려. 브루스 왜 이러는 거야. 브루스 이게 무슨 상황이야... 하던게 시간이 지날수록 이성 마비되고 지치고 분노가 쌓이면서 내보내줘(이 갈면서) 그만 해(살기등등)를 지나 비아냥 거리고 눈알 파내려 들고 진심으로 죽이려 듬. 그러다 마침내는 뱃이 붙잡히고 눈알에 뾰족한것 찔러넣기 직전까지 가서 이거 안 풀면 죽인다고 협박. 뱃은 무덤덤하게 할 수 있겠나? 숲스는 부들부들 떨면서(분노와 증오와 애증과...) 갈등하다 결국 내팽개침. 그때부터 숲은 무기력 단계에 돌입해서는 외부 자극에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되고 뱃은 묵묵히 그 수발을 듬.
그러던 어느날 숲스는 문득, 정말 아주 문득 뱃이 안보인지 꽤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함. 그리고 좀 더 실체있는 존재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음. 언제부터인가 역장이 약해져있었던 것. 숲스는 사력을 다해 역장을 찢고 나오고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함. 뱃 케이브는 뱃 케이브인데 좀 더 난잡한 상태이고 로빈들의 슈트가 보관되어있던 장소에 익숙한 머리들이 있음. 마스크가 씌워진 로빈의 머리들 아래 손상된 흔적이 역력한 슈트들이 떠 있음. 음 그러니까 벳케이브에 있는 슈트 전시되어있는 그 둥근 관. 거기에 로빈 머리가 추가되어있는 것. 알프레드도 있음. 그 머리도 멀쩡한건 팀 뿐이고 나머진 손상이 심함. 브루스는 보이지 않음. 어디에도. 클라크가 컴퓨터에 접근하자 기다렸다는듯 영상이 떠오름. 무감정한 얼굴의, 아니 무감정하게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브루스임.
브루스는 이 개판난 지구 복구하려면 수십년가지곤 택도 없고 좀 더 천문학적인 시간단위를 도입해야겠다 판단. 이때 문제가 되는건 인간인 브루스의 몸은 그 천문학적인 시간단위를 버틸 방법이 없고 인간인 브루스의 정신 역시 못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것. 다른 별이나 차원과의 통신은 현재로써는 불가능. 그리고 슈퍼맨인데 애초에 브루스는 슈퍼맨을 다른곳으로 보낼 수도 없고 그가 여기서 할 수 있는것도 없다는 판단이 서자마자 얘를 장기보존 시키려 했음. 어떤 방법으로건 클라크를 정지시켜두었다 미래에 깨어나게 하려고 했는데 뭘 해보기도 전에 자기 몸이 방사능으로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는걸 깨달음. 이성 빼면 시체인 브루스는 곧바로 시체를 빼버리고 이성만 남겨놓기로 함. 유기 안드로이드? 마블에 나오는 그 디코이였나 뭐였지. 아무튼 그 실제와 거의 구분 안가는 그 유기안드로이드에 자기 정신을 박아넣기로 결정한것. 참고로 유기 안드로이드가 되기 전에 브루스는 좀비 나이트윙의 습격을 받았고 목을 잘라서 유니폼과 함께 보존해두었음. 다른 로빈즈와 알프레드도 브루스가 끝을 맺었음.
유기 안드로이드가 된 브루스는 노력은 했는데 역장이 너무 꼬인 상태라 껐다켰다하는 기능밖에 못 달아놨고 역장 안의 시간 흐름과 외부의 시간 흐름이 다르다는걸 알게 됨. 역장 안의 시간이 더 느리게 흐름. 그나마 잘 된거지. 그리고 라스트 맨 오브 어스가 된 브루스는 홀로 길고 긴 세월동안 지구 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하게 됨....그야말로 영혼이 닳아 없어지는듯한 시간이었음. 곳곳에서 돌연변이가 된 전 동료들과 전 숙적들을 마주치고 몇번이고 안드로이드를 갈아가면서 길고 길고 긴....아득한 세월이 흘렀음.
엔딩은 두가지인데 하나는 슈퍼맨이 동굴을 벗어나며 넓게 펼쳐진 초원을 가로지르는 강과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하며 끝나는 것. 이후 슈퍼맨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름.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 없었을까? 다른 하나는 암 걸린 본체를 보존시켜두었던 브루스가 본체로 돌아오면서 남은 수명, 몇 달 정도의 시간을 클라크와 함께 보내고 인간으로써 죽음을 맞이하는 것. 후자는 씁쓸한 맛을 줄여보겠다는 억지 티가 너무 나서 첫번째가 좀 더 맞을 것 같긴 함. 어느쪽이던 인류는 살아남음. 냉동 난자와 정자들을 인공수정시키고 클론을 만들며 운이 좋으면 종이 유지될수도 있을 정도까지는 불려놓았음. 물론 각종 문화와 제도와 산업기반이 작살이 났으므로 앞으로 '운이 좋아야' 살아남겠지만 어느 엔딩이든 슈퍼맨이 있으니 괜찮을거야 아마. 희망의 전설은 오래도록 이어짐. 날개 없이 하늘을 나는 강철의 수호자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가 좋아하는 이야기. 검은 머리에 푸른 눈을 가진 현자, 혹은 박쥐날개의 악마에 대한 전설은 알음알음 후대까지 이어질 수도 있고 않을 수도 있고. (브루스는 신인류의 행보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진 않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