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쪽에서 처음과 같은 답이 들려왔다. 다른 쪽, 그러니까 올리버나 배리나 다이애나나 뭐 '그런' 동료들이 그런 말을 했더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확실히 그자식은 조금 미쳤다. 도의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미친놈을 미쳤다고 말하는건 사실증언일 뿐이다. 그러나 그 말을 한 사람은 직장동료였다. 오아나 리그가 아니라 패리스 항공사의, 슈퍼파워도 없고 코스튬 입은채로 싸돌아다니는 취미도 없는.
"누가 그래?"
한 명이 패드를 내밀었다. 대문짝만한 헤드라인과 함께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고담의 황태자 정신이상!><브루스 웨인 미치다?><브루스 웨인 약물 의혹>... 할은 눈살을 찌푸리며 가장 최근에 올라온 기사를 클릭했다. <브루스 웨인 약물 의혹-데일리 플래닛> 단숨에 기사를 읽어내린 할은 패드를 덮으며 중얼거렸다.
"미쳤군.:
그게 이 사태를 접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심정이었다.
"그래서 진짜 미쳤다고?"
"네. 미쳤어요."
"확실해? 그러니까 약물이나 세뇌나 마법이나... 하다못해 머리를 세게 맞아서 잠깐 이상이 생겼다던가."
"결과는 그게 그거 아니에요? 아무튼 원인이 뭐냐는거죠? 자연적인게 아니란건 확실하죠. 애초에 아무 전조도 없었다고요. 브루스가 아무리 자기 통제에 뛰어나다 해도 저 정도로 확 미칠때까지 완벽하게 우리 눈을 피하기는 힘들어요. 당장 짐작가는 원인은...없네요. 의심스러운 장소는 다 조사해 봤는데, 좀 힘들긴 했지만 최근 갔던 곳들도 다 돌아봤고, 본인도 싹 조사했고. 전부 음성 떴어요. 원더우먼이 진실의 밧줄까지 써 봤는데... 조커가 밧줄 두른다고 정상인이 되는건 아니잖아요? 환각, 세뇌, 등등 목록의 절반 이상이 싹 밀려나긴 했는데 가시적인 효과는 없었어요."
"그러니까 미쳤다고?"
"미쳤다니까요."
나이트윙과 슈퍼맨은 서로를 바라보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실에는 브루스가 벽난로 앞에 웅크린채 눈을 감고 있었다. 저거 자는거 아니죠? 자는거 아니야. 감시하고있는거 맞지? 감시라기보다는 경계...네. 맞는 것 같은데요.
"자기를 뭐라 생각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어요. 개? 고양이? 아니면 박쥐? ...마지막은 제껴도 되요. 아직 날아오르려는 시도는 한번도 한 적 없거든요. 최소한 날개 달린 생물은 아닌 것 같아요."